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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ches-ter

 

 

♪ Octagon - ibi

 

우리는 꽝꽝 언 계절의 사람들이다.

그 위에 흐른 피를 기억하는 사람들. 피가 스며든 곳을 닦아내지 않은 사람들이다. 우리는 불태우면 불태웠지 녹이는 사람들은 아니었다.

 

그래서 예고 없이 찾아온 차가운 종말 앞에 형제는 무력했다.

… 그리고 그들은 무력한 것에 익숙한 사람들이다.

끝내 살아남는 것에도.

 

 

 

 

종말 이전의 시간에, 그때에도 수많은 죽음이 있었고 앞선 재난이 있었다. 크고 작고 전부 다른 재난들. 그것들이 사람을 죽였다.

누구에게나 최초의 재난이 있다. 사냥꾼들의 것은 결이 비슷비슷했다.

 

천재지변처럼 찾아와서 사람을 죽이고 사라졌던 그것이 사실은 여럿일 뿐만 아니라 사라지는 것도, 돌연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우리 곁에 태연히 살아 숨 쉰다는 것을. 진실이라는 이름의 구조를. 심장을 잃은 사람들이 그 세상을 알고도 평범하고 안락하고 조금 슬픈 삶 따위를 선택할 수 있겠는가. 그들이 기실은 복수자라는 것쯤이야…. 이따금 눈이 돌아간 치들을 보고 있자면, 모르는 미래라고 선 긋는 건 불가능했다.

 

아, 우리는 스치듯 지나간 일을 바꿀 수도 없고 현명하게 과거를 묻어둘 수도 없고 아주 멍청하게 깨끗이 잊어버리지도 못한다. 우리의 삶이 아무리 극적이고 우리가 아무리 현명하게 굴어도 우리가 그토록 어리석더라도. 우리는 구명하는 사람들이 아니고 사냥하는 사람들이지만 saving people 그리고 hunting things라고.

 

재난을 맞이한 사람들이 꼭 우리 같지만은 않았으면 한다고. 그들 같을 필요는 없지 않나 하고, 그래도 사람을 살리고 싶었다고.

적어도 우리에겐 우리가 있었으니까.

 

수많은 종말을 막아내며 몇 번쯤 죽어도 보고 수없이 갈등하고 흔들리면서도 살아낸 사람들만의 강함이라는 게 있다. 함께하는 자들의 것.

 

 

 

 

지옥이 닫혔다. 폐기목 더미 위로 쏟아진 천사가 그리 말했다. 걘 언제나 트렌치코트를 입고 있다. 지상으로 던져진 천사는 아는 게 별로 없었다. 기실은 그냥 아는 게 없었다. 딘이 보기에 다소 띨빵한 이 천사는 이제 영원한 화요일 오후를 다시 볼 수 없으리라는 사실을 직감했다. 입 밖에 내지 않은 확신이었다. 캐스도 이제는 그분의 어린 양들에게 설명할 수 없는 일을 납득시키는 게 꽤 어렵다는 것을 안다.

 

네 기수가 부재한 종말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있었던가. 예고 없이 찾아왔다는 것은 곧 대처할 수 없다는 뜻이다. 우리는 그걸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언제나 대처할 수 없는 것들과 맞서는 삶이었지. 우리는, 제기랄, 날아다니거나 날아다니지 않는 온갖 개자식들과 싸웠다고.

형제는 솜씨 좋게 그들이 놓쳤을, 미처 눈치채지 못했을 조용한 전조들을 쥐잡듯 뒤졌다. 관성적으로 그렇게 했다. 카스티엘 또한 최선을 다했다. 나중 가서는 일을 돕는 것보다 방해하지 않는 것에 최선을 다했고.

 

그리고 무엇도 건져내지 못했다. 지옥과 천국은 닫혔고 천사와 악마는 깃털 하나 보이지 않았으며 지상은 빠르게 식어갔고 사람들은 이상을 눈치챘다. 그리고 사냥꾼들의 괴물들도 결국은 살아가는 존재들이라는 게 재차 드러났다. 이 땅에 살아있는 모든 게 느려지고, 빠르게 식어가고….

 

 

눈이 아주 많이 내렸다.

 

 

 

 

세상을 끝장낼 각오로 내리던 눈에 문명은 대부분 기능을 잃었지만,

아직은 견딜만했다.

몇 가지만 주의해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 셋이서 몸소 구르며 만들어낸 지침이 있었다. 험하게 살던 이들에게는 생존의 허들이 조금 더 낮았다.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는 부담스러운 높이였으나, 그들은 험하게 살아왔다. 이 천사도 이제는 인세에서 구른 경력이 꽤 쌓였다고 할 수 있다.

 

어쩌면 진짜 종말은 예고 없이, 느리지만 확실하게 다가오는지도 모른다.

글쎄 위에 계신 그분이 마음을 먹었는지도 모르지.

천사는 즉각 부정했으나 두 인간은 날 수 없는, 날개 달린 천사의 발언을 그다지 높게 쳐주지 않았다. 지옥의 왕이 곁에 있었다면 출신 문제로 차별하는 건 너희 인간들의 고질병이라고 비웃었겠지. 그는 지옥에 갇혀있을 거다. 혹은 지옥에서 잘살고 있거나. 알게 뭐란 말인가!

 

 

 

 

사랑했던 이들도 흙으로 돌아가고. 사랑하진 않았던 이들과 연민했던 이들, 많은 사람들이 6피트 아래는 아닐 어딘가로 사라지는 모든 순간을 묻고, 가끔은 태우고, 때때로 움직이지 않게 된 차를 떠올리고. 술을 마시고 공장제 파이와 각종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를 그리워하며 무거운 짐을 절그럭대며 형제들과 걷는다.

 

죽음 앞에 무너지지 않은 지가 꽤 되었다. 종말 앞이라고 고꾸라질 수는 없다.

 

그런 방식으로 현명한 삶이다. 고뇌하되 살아가고, 흔들리되 생존하며, 싸우되 사랑하라. 일견 멍청해 보이리만치 단순함을 표방하는 게 헌터의 삶에 가장 적합한 방식임을 사냥 한 번 해보지 않은 이들이 부정할 수는 없는 법이다.

 

익숙해지되 무뎌지지 않는 것. 그게 사냥꾼의 재능이다.

 

 

 

 

서서히 죽어가는 세상에서 셋은 사람들을 모아 쉘터를 운영했다. 언젠가 엿봤던 미래에서 딘이 그렇게 했듯이. 그들 자신이 늘 그래 왔듯이.

상황이 바뀌어도 그들은 이런 식으로 살아남을 것이다. 사람을 살리고 괴물을 사냥하며 집다운 집을 갖지도 못한 채 서로를 보고 살아갈 것이다.

 

온 우주에 겨울이 오고 봄이 돌아오지 않는대도 변치 않을 사실이다. 그들의 삶이다.

그렇게 살아남을 것이다.

내심은 그렇게 죽으리라 생각하더라도

 

 

 

 

사랑할 줄 아는 자들만이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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