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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urth of July

 

 

 

햇살이 뜨겁게 피부를 달궜다.

 

한 낮을 맞이한 인디애나 주의 여름은 후끈하기 짝이 없었다.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딘은 앞 창문에 걸쳐놨던 수건을 낚아챘다. 시커멓게 기름때가 묻어나오는 손에 들려 새파랗던 천 역시 점점 까만색이 옮겨 묻었다. 잠깐 걸터앉은 임팔라의 후드에서 지옥 같은 열기가 청바지의 두터운 천 너머로도 느껴졌다. 그리고 딘은 지옥의 열기가 어떤지 말 그대로 잘 알고 있었다.

 

어제 잘만 길을 내달리던 임팔라가 주저앉아 버린 건 정말 오랜만의 일이었다. 1967년식 임팔라는 가문 대대로 물려받아져 내려와 장남 윈체스터들의 정성 어린 관심의 손길을 받아왔지만, 아무래도 연식이 연식인지라 관리를 잘해주어도 이렇게 가끔 말썽을 피우곤 했다.

 

좀 어때?

별문제는 없어.

 

정비를 위해 잠시 멈춰선 후미진 곳에 위치한 모텔이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별이 3개는커녕 1개라도 달렸을까 싶은 허름한 모텔이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구색은 다 갖춘 곳이었다. 사무실과 적당히 떨어진 방의 위치, 흰 줄이 나란히 그려진 넓은 주차장, 호기심이 적은 모텔 주인장, 그리고 이전에 뭐가 거쳐 갔을지는 모르지만, 로드트립으로 지친 두 영혼이 몸을 뉠 수 있는 더블베드. 샘과 딘으로 말할 것 같으면 그런 곳을 찾아내는 것에는 이제 이골이 난 도사였다.

 

샘이 제빙기에서 건져낸 얼음을 한가득 채운 철제 양동이를 끌어당겨, 그 안에 한동안 담가져 있던 갈색의 병맥주를 딘에게 건넸다. 차가운 맥주병을 사이에 두고, 딘의 것과 마찬가지로 뜨거운 샘의 손끝이 마주 닿았다. 샘 역시도 나름 에어컨이 돌아가는 시원한 방안을 놔두고 딘이 정비를 하는 사이에 주로 옆에서 주저앉아 신문을 들여다본 탓이다. 모텔 건물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뒷바퀴 언저리에 주저앉아 팔랑팔랑 신문을 넘기는 샘의 머리칼이 앞이마로 커튼처럼 내려왔다. 딘은 그런 샘을 보며 자신의 손에 기름이 한가득 묻어있지만 않았으면 넘겨줬을 거라는 생각을 무심결에 했다.

 

오늘 안에 다시 도로로 나설 수 있을까? 필리(필라델피아)에서 사건을 하나 발견한 것 같아서.

워워. 좀 진정하라고. 베이비는 조금만 더 섬세한 손길이 필요한 법이라고.

 

피식 웃으며 손에 들린 걸레에 끈적거리는 기름때를 닦으며 딘은 맥주병을 기울였다. 한참 이전에 자신의 키를 훌쩍 뛰어넘은 동생의 머리 정수리를 내려다보고 있으려니 잊고 있던 어떠한 기억이 한여름 아스팔트에 피어오르는 아지랑이처럼 슬슬 피어올랐다.

 

***

 

내려다본 부스스한 갈색 머리칼의 정수리가 걸음에 따라 위아래로 조금씩 흔들렸다. 잘라줄 시기가 된 것 같은데. 딘은 짧은 머리칼 사이 관자놀이로 흐르는 땀을 손등으로 닦아냈다. 얜 덥지도 않나.

 

딘. 디이인.

샘. 안된다고 했어.

그치만 다른 애들은 다 갈 거란 말이야. 바비큐도 하고, 저녁에는 시청 앞에서 하는 퍼레이드랑 불꽃놀이를 보러 간대!

 

무더운 여름 길을 걷는 크고 작은 형제의 나란한 발걸음을 따라 짤따란 그림자가 따라붙었다. 미국 중서부의 작은 도시는 이른 여름날을 맞아 무더웠다. 머리 위 바로 위에서 내리쬐는 정오의 햇볕을 원망하며 딘은 샘이 주머니에서 꺼내주는 사탕을 건네받았다. 사탕 봉지 건너로 살짝 스친 샘의 손끝은 뜨거웠다. 마찬가지로 더운 날씨에 맥을 못 추는지 레몬 사탕은 봉지 안에서 저들끼리 들러붙어 있어서 끈적이는 것이 먹기가 힘들었다. 딘은 상큼하지만 영 쉽사리 먹을 수가 없는 사탕을 입안에서 혀로 열심히 굴렸다.

 

어쩌면 아버지가 사냥에서 도움이 필요하다고 연락하실지도 몰라. 지금 하시는 구울 사건이 거의 다 마무리 지어졌을 시기라고.

왜 모든 게 아빠와, 아빠의 그 대단하신 사냥에만 맞춰져야 하는 건데?

 

딘은 샘의 머리를 한번 부볐다. 하지 마! 딘. 볼에 문 사탕 때문인지, 불퉁하게 튀어나온 입 때문인지 웃을 때면 한쪽 볼에 진하게 잡히는 샘의 보조개는 사라진 지 오래였다. 딘은 한참 전에 삼긴 의문들이었다. 그리고 딘은 이미 자신의 자유를 포기하고 있던 참이었다. 아니, 어불성설이다. 이미 그는 누구보다 자유롭지 않은가. 학교 숙제며 댄스파티며 한곳에 묶여 지루하기 짝이 없는 따분한 인생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야만 했다. 근래 들어서 샘의 질문 폭탄과 함께 자꾸만 고개를 치켜드는 오래전에 잊은 답답함을 눌러내리며 딘은 그를 대신할 수 있는 말을 내뱉었다. 아직 샘은 누릴 자격이 있었다.

…갈 수 있다고 에이미한테 연락해.

뭐 진짜? 알겠어! 고마워 딘.

 

대신에 연락이 오면 어쩔 수가 없다고 덧붙이긴 했지만 이미 신이 난 십 대 소년의 귀에는 영 들리지 않는 듯했다. 딘은 피식 웃으면서 신나서 먼저 뛰어가는 샘을 따라 쭉 뻗은 길의 아래로 성큼성큼 걸어 내려갔다.

 

***

 

……고 있어? 딘?

허, 뭐라고?

내 말 듣고 있냐고.

 

길게 뻗은 아스팔트 길을 따라 미끄러져 가는 차 안이었다. 도로는 마치 길고 검은 선처럼 꼬불꼬불 이어졌다. 옆에서 입에 볼펜 끄트머리를 잘근잘근 씹어가며 조사한 자료를 딘에게 브리핑 해주던 샘은 눈썹을 치켜떠 보였다. 어제 스쿠비두 마라톤이라도 한 거야? 운전하기 피곤하면 교대해 줄게.

아냐. 졸린 거. 잠깐 딴생각 좀 했는데 듣고 있었어. 계속해.

 

그래. 사흘 전에 펜실베니아 주 필라델피아에서 웬 비즈니스 맨이 야근을 하다가 사무실에서 살해당했어. 그리고 알아보니 이 도시에서는 몇십 년 간격으로 인간의 침입이 불가능한 곳에서 사람들이 죽어 나갔다고 해. 꼭 3명씩 죽이고 사라지는 패턴이고.

밀실 살인? 그러면 원혼 쪽인가?

그건 아닌 것 같아. 몇몇 살해 현장에서 부분 지문이 발견되었는데, 인간의 것이라고 보기 힘든 길쭉한 지문들이 발견되었다고 하더라고. 하지만 다른 흔적은 없고.

길쭉한 지문? 대체 이 괴물은 어떻게 생겨먹은 녀석이야? 아담스 패밀리에 나오는 손 괴물이라도 되나?

하. 뭐가 되었든 우리 사건이야.

 

질색하는 딘의 얼굴을 보며 살짝 코웃음을 친 샘이 다시 출력한 조사 자료를 들여다보았다. 앞으로 길게 뺀 샘의 목을 한번 흘깃 쳐다보며 딘은 라디오로 손을 뻗었다. 찰칵하는 소리와 함께 라디오 대신 카세트 플레이어가 재생됐다. AC/DC의 T.N.T 의 쩌렁쩌렁 울리는 가사가 임팔라 내부를 꽉 채웠다. 샘은 이제는 이 정도 소음에는 거뜬한 것처럼 신경도 쓰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손에 들린 볼펜의 뚜껑이 노래의 박자에 맞춰 살살 흔들리는 것을 본 딘은 씨익 웃으며 액셀을 힘껏 밟았다. 앞으로 6시간은 달려야 했다.

 

‘Cause I'm T.N.T. I'm dynamite

T.N.T. and I'll win the fight

T.N.T. I'm a power load

T.N.T. watch me explode!

 

-

 

바람에 도로의 양편에 위치한 만국기가 휘날렸다. 벤자민 프랭클린 파크웨이(Benjamin Franklin Parkway)의 중심부에 위치한 공중 분수대에 걸터앉아있던 딘은 손에 들린 콘도그를 한 입 크게 베어 물며 무의식중에 주변의 위협이 될 만한 것이 있나 스윽 둘러보며 살펴보았다. 누군가가 본다면 그가 전역한 군인이라고 생각할 만한 몸짓이었다. 공원은 그저 휴일을 맞아 놀러 나온 가족과 연인들로 가득했다.

 

뭐 볼만한 거라도 있어?

아니, 너는? 찾으러 간 자료는 어떻게 됐어?

 

바로 근처에 위치한 시립도서관에 스크랩되어있는 과거의 신문자료들을 찾으러 간 샘이 손에 들린 노트를 허공에 들어 보였다. 그럼 일단 숙소로 돌아가서 대체 우리가 뭘 상대하고 있는 건지 알아보자.

그래.

 

축제 기간을 맞이해서 주차가 불가능한 시내 때문에 꽤 멀리까지 걸어가야 하는 상황에 딘이 투덜거렸다. 내가 베이비를 놔두고 이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한다니. 대체 왜 시내의 공영주차장들이 꽉 찬 거야?

왜 그래. 이 공원을 발로 뛰던 록키 발보아가 된 것 같아서 좋지 않아?

닥쳐라, 동생아.

 

샘의 뒤통수를 손으로 한번 때려주며 딘은 필라델피아의 문화시설과 주요 기관이 밀집해있는 거리를 걸었다. 관광객들이 잔뜩 모여서 사진을 찍고 있는 록키 계단(Rocky Steps) 앞을 스쳐 지나가며 아닌 척 흘깃 쳐다보는 딘을 눈치채고 샘이 소리 없이 웃었다. 조용히 하랬다.

 

FBI에서 가장 원하는 도주자 탑 10위안에 들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수배자인 몸들이었다. 큰 도시는 아무래도 사람도 많은지라, 형제는 발걸음을 빨리했다. 만나는 사람은 적을수록 좋았다. 거기다가 아무래도 둘 다 영 눈에 띄지 않는 타입들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양옆 잔디밭으로 색깔별로 피크닉 매트를 깔고 삼삼오오 모여 있는 가족들이 잔뜩 있었다. 멀리 이동식 카트에서 구워대는 바비큐와 콘도그 냄새가 솔솔 풍겨왔다.

 

***

 

작은 마을 전체에 구수한 고기를 굽는 냄새가 진동했다. 하지만 과거 위대한 미국의 아버지들의 자유로의 선언을 축하하는 자리를 뒤로하고 떠나야 하는 십 대 소년은 온 세상의 절망이란 절망을 다 끌어안은 눈빛이었다. 분명 된다고 했으면서!

미안해, 샘. 아버지가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시는데 어쩔 수가 없잖아.

세상에 어쩔 수 없는 것은 없어. 딘.

 

조수석에 앉아서 팔짱을 끼고 창밖에 시선을 고정한 채 딘을 돌아보지도 않는 샘이었다. 딘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존은 굳이 이 사냥이 아니더라도 평소에 형제가 독립기념일을 축하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다. 자유의 해방을 축하하는 축제는 아직 전쟁의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군인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폭죽 소리가 무언가를 연상시키기라도 하는지. 그 속을 진정 알 수는 없을 것이다. 그저 짐작뿐이었다.

 

왜 우리는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거야?

 

근래 들어서 부쩍 늘어난 샘의 질문이었다. 덥수룩한 갈색 머리칼이 눈을 찌를 듯이 덮고 있었다. 아직 하고 싶은 것도 많은 12살 소년에게 여기저기 옮겨 다니고 언제나 ‘새로 온 그 애‘가 되는 것은 힘든 일일 것이다. 사실 나도 이러고 싶지 않아 새미.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어른을 흉내 내보아도 나도 아직 16살인걸. 그 언젠가 참여하지 못한 아마추어 레슬링 시합이 눈앞에 어른거리는 듯했다. 딘은 심통을 내는 샘이 이해가 되면서도 괜스레 서러워서 코를 찡긋댔다. 그래도 지금 출발하긴 해야 했다. 일은 일이고, 딘은 아버지의 장남이었으니.

 

미안해 샘.

……형 잘못이 아니잖아. 사과는 안 해도 돼.

 

트럼펫이며 악기 따위를 든 고등학교 악기 부가 시끄럽게 떠들면서 임팔라의 양옆으로 스쳐 지나갔다. 독립기념일에 태어난 아이들을 작은 꽃마차에 태워 행진하고, 마을 주민들은 간이용 의자들을 끌고 와 그 위에 걸터앉아 맥주를 들이켜며 축제를 한껏 즐길 준비가 되어있었다. 아버지의 어깨에 올라탄 한 꼬마가 환하게 웃고 있었다. 부드럽게 미끄러지는 백미러에 담기는 뒤편의 거리에서 퍼레이드가 시작되고 있었다. 독립기념일의 전날이었다.

 

***

 

딘 거기로 갔어!

빌어먹을Fuck!

 

역사 재현 가장 퍼레이드 사이로 끼어 들은 쉐이프 셰이프터를 발견한 딘이 욕을 짓씹었다. 필라델피아의 동부 해안에서 열리는 축제에 이번 사건 범인의 흔적이 이어진 것을 발견하고 따라온 참이었다. 사실 알고 보니 사건에서 나온 지문의 주인은, 예전에 잡힌 지 한참 오래된 범죄자의 것인데, 그런 범인의 DNA를 복제해서 자신의 대출 승인을 거절한 비즈니스 맨과, 임대료를 올려 받으려는 집주인을 죽인 쉐이프 셰이프터가 범인이었다. 대체 세상의 어떤 멍청이가 왜 살인을 저지르면서 똑같은 몸을 쓴 거야?

난들 아나, 그걸 이해하면 내가 쉐이프 셰이프터 하게.

 

이 많은 가짜 위인들 사이에서 또 다른 가짜를 어떻게 찾으란 말이야. 다급하게 뛰어든 행렬 사이에서 딘은 은 총알이 담긴 총을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재킷 안에 밀어 넣고는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그런 그의 양옆으로 온갖 미국의 위인들이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빌어먹을 조지 워싱턴을 몇 명이나 본지 모르겠다. 사실 그뿐 아니라 그냥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도시 전체가 그랬다. 어디로 갔을까. 고민하던 딘은 인파 가운데의 웬 거대한 구조물 위로 훌쩍 올라탔다. 그 위의 조각상 안에는 허물을 벗은 흔적이 가득했다. 빌어먹을.

딘? 귓가에 꽂아 넣은 이어피스에서 샘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젠장 놓쳤어. 새미.

 

***

 

샘을 눈앞에서 놓쳤다. 잠시 들린 주유소의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에 옆의 가게들 어디로 들어간 모양인지 보이지 않았다. 딘은 머리를 긁적이며 임팔라의 후드에 걸터앉았다. 실상 딘도 원하지 않는 길이었다. 딘은 언제나 샘을 지켜주고 싶었다. 옷장 속의 악몽으로부터, 아버지가 무슨 일을 하는지, 그리고 우리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도.

 

이번은 고작 퍼레이드였지만, 앞으로 다가올 샘의 일상의 것 중 많은 것들이 상실을 맞이할 준비를 한 채 남아있었다. 학교 수업, 과학 동아리, 프롬데이트, 졸업식, 그리고 대학까지. 딘은 순간 어떠한 막연한 직감 같은 것에 사로잡혔다. 샘은 주저앉지 않을 것이다. 한번 불을 붙이면 손안을 떠나서 컨트롤할 수 없을 정도로 밤하늘을 밝히는 폭죽처럼 환하게 빛날 것이다. 이러한 예언 아닌 예감에 딘은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그리고 대체로 딘의 이러한 육감은 맞는 편이었다. 샘은 자신처럼 스스로를 속이기에는 너무 똑똑했고, 불화를 무릅쓰고 맞서는 것에 두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그날이 오기 전까지는, 딘은 샘의 안전을 바랐다. 행복을 바랐다. 아버지의 맹목적인 복수와 샘의 자라나는 자유로의 갈망 사이에서 딘은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었다. 들어 보인 양 빈손은 크면서도 작아 보였다. 더 커져서, 내가 더 많은 것을 움켜쥘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문득 그런 딘의 시야 한 켠으로 묶음으로 파는 폭죽 한 다발이 들어왔다. 그리고 딘 윈체스터의 주머니에는 지포 라이터가 들어있었다.

 

***

 

노을이 지는 서편 하늘을 배경으로 세 명이 내달렸다. 간신히 찾아낸 쉐이프 셰이프터의 은신처를 알아내고 마지막 추격전을 하는 참이었다. 사람들이 잔뜩 모인 포스 오브 줄라이 잼(Fourth of July Jam) 무대에서 들려오는 모 유명 연예인의 노랫소리가 밤하늘의 공기를 찢었다.

 

Like a prayer that only needs a reason

Like a hunter waiting for the season

Aye-aye-aye, aye-aye-aye

 

좀 더 다리가 길은 샘이(물론 딘은 이 사실을 절대 입 밖으로 내서 인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붙은 형태변환자가 숨기고 있던 단도를 꺼내 드는 것이 얼핏 보였다. 아차- 하는 순간, 언덕 너머로 샘과 또 다른 남자가 엉켜서 굴러 내려갔다. 탕! 총소리가 때마침 동시에 쏘아 올려진 밤하늘의 폭죽 소리에 먹여 둔탁한 소리로 울렸다. 샘?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턱 끝까지 숨이 찬 딘의 귓가로 심장이 쿵쾅대는 펌프질이 들렸다. 샘, 샘!!!

 

딘은 정신없이 내달려갔다. 아까 한번 대차게 얻어맞은 입에서 피 맛이 느껴졌다. 바닥에는 두 사내가 쓰러져있었다. 대자로 쓰러진 남자에게 확인 사살을 한번 갈겨주고, 딘은 바닥에 모로 누워있는 샘에게 서둘러 다가갔다. 아까 한 발 쏘아 올린 후 무언가 행사 진행에 문제가 있는지, 폭죽도 쏘아 올려지지 않아서 온통 새카만 어둠뿐이었다. 샘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딘은 떨리는 손으로 샘의 몸을 뒤집었다. 샘… 샘?

 

그 순간, 필라델피아 미술관(Philadelphia Museum of Art)의 위로 환한 빛의 불꽃이 터져나갔다. 동시에 딘은 자신을 덮친 샘의 활짝 피어난 웃음을 보았다. 아하하, 딘 표정 좀 봐. 놀란 거야? 터지는 불꽃마다 총천연색의 다른 색으로 물들여지는 샘의 얼굴을 보며 딘은 그 언젠가의 독립기념일이 생각났다. 1996년의 7월 4일을 떠올렸다. 자정을 간신히 넘긴 시기에 졸린 눈을 한 샘을 깨워 트렁크에 폭죽 한 상자가 있다는 걸 알려줬을 때를. 한껏 신난 샘을 보며 자신의 자유는 이 소년 자체임을 깨달은 내면의 선언의 순간을.

 

I'm bursting like the fourth of July

So color me and blow me away

Rise, rise up

 

하하, 독립기념일 축하해 딘.

…그래, 너도.

 

환하게 웃는 샘의 한쪽 볼에 잡힌 보조개가 예뻤다. 똑바로 그를 마주하는 눈은 어떠한 분노도 자유로의 갈망도 없었다. 샘도 딘을 선택한 지 오래였다. 딘은 어쩐 일인지 말문이 턱 막혔다. 평소에는 미끄러지듯이 나오던 농담도 불쑥 튀어나오지 않았다. 거친 숨을 몰아쉬느라 한껏 벌린 입안으로 짜릿한 화약의 맛이 느껴지는 듯했다. 딘은 코앞에 다가온 샘의 입술에 눈을 감았다. 여름의 밤하늘을 수놓으며 독립기념일의 축복이 터졌다. 아니, 자유의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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